누가 돈의 주인인가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2장]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책 표지

오늘날 우리가 쓰는 돈은 무에서 생성된다.

#돈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

1장에서 가정한 상상 놀이의 작은 도시로 돌아가보자. 금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아 차린 세공사가 무게 단위를 도입해 1그램, 5그램 ... 100그램 짜리 동전을 주조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금으로 상업활동을 하는데 익숙해진다.

유일한 문제는 금의 보관이다. 금을 잃어버리거나 도둑이 침입해 절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보고 시장 참여자인 A는 금 보관 서비스 사업을 제공한다. 금 보관을 위탁한 사람들에겐 정확한 금의 양이 기재된 보관증을 발급해준다.

사람들은 수수료만 내면 금을 잃어버리거나 절도 피해자가 될 위험성이 줄어든다. 보관증은 금보다 감춰두기 훨씬 더 쉬웠고 보관증만 있으면 언제든지 A를 찾아가 해당하는 금의 양을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A에게 금을 보관하고 보관증을 받아 물건을 살 일이 생기면 즉시 맡겨 둔 금을 찾았다. 상인들은 처음에 보관증을 믿지 않아 진짜 금을 원했지만 점차 그들도 물건을 판매하고 받은 금을 A에게 보관한 후 보관증을 받았고, 보관증을 물건 대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금이 아닌 보관증이 유통되며 금을 대신한 지불수단, 즉 화폐로 쓰이기 시작

A는 시장 참여자들이 보관증을 금으로 교환하지 않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린다. 대부분의 금이 늘 금고 속에 있게 되었고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대부업을 제공한다.

장난감 판매상 S는 100 그램의 금을 A에게 맡기고 그에 해당하는 보관증을 받아 간다. A는 이 상황에서 건축업자 H에게 S가 맡긴 금가운데 90그램을 현물로 빌려준다. S는 보관증을 가지고 있고 금 100그램을 소유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동시에 H도 90그램의 금을 현물로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돈이 만들어졌고 통화량이 90퍼센트나 늘어났다. 금을 현물로 빌려주는 대신 90그램에 대한 보관증을 발급해주었다 가정하면 화폐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돈을 빌리려면 다른 누군가가 특정 기간 본인의 금 혹은 보관증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보관증은 거의 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A가 유의해야할 점은 대출을 너무 많이 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의심하고 보관증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를 알아차린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각자의 보관증을 진짜 금으로 교환하기 위해 A에게 달려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 런이고 마지막으로 달려간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보관증의 일부만 금으로 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A의 대부사업의 결과 통화량이 늘어났다. A의 대부사업은 타인의 소유물을 이용함으로써 그들의 소유권을 침해했다. 이 행동은 한 마디로 범죄 행위와 다름없다.

#정부는 사업을 할 뿐이다

A가 영위하는 사업은 현재의 은행 사업과 유사하다. 사람들의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는 행위가 바로 은행의 본질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개인의 사례에서 어떤 방법으로 화폐 생산을 점진적으로 독점하게 된 것일까?

위 사례를 계속 이어가 A의 다수의 채무자가 더 이상 대출금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결국 금 지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가정해보자. 격분한 시장 참여자들은 그를 국왕에게 끌고가 심판을 원하지만 A의 범죄 행위가 그렇게까지 악랄한 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다. 고객들에게 조금만 참으라 말하며 A는 계속 사업을 운영한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A에게 급기야 추가로 금이 유입된다.

이러던 중 국왕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돈이 들어 A에게 낮은 이자로 대출을 요구한다. A는 국왕의 문의를 거절하지 못해 보관증을 위조해 대출해준다. 국왕은 A가 계속해서 무에서 돈을 만들어 내도록 허용해준다. 그 대가로 새롭게 만들어진 돈의 대부분이 국왕(국가)로 귀속된다.

국가와 은행 시스템 간의 부정한 결탁 관계 구축

지금의 은행 제도와 앞선 사례와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사례에선 비록 일부만이라도 준비금이 금으로 구성되었기에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 금을 내놓아야 했다. 금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기에 금 유출의 위험성은 무에서 돈을 생산하는 행위를 저지하는 중요한 제동 장치였다. 현대의 화폐는 실물자산을 뒷받침하지 못하기에 그저 인쇄된 종잇장에 불과하다.

정부는 법률을 반포하며 우리의 이야기 속 작은 도시에서 A가 행한 사업들, 우리가 사기로 인식했던 사업들을 정당화한다. 은행은 그 대가로 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돈, 신용대출의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돈을 가지고 국가 지출과 부채를 충당하는 데 기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지폐의 도입은 정부가 화폐제도에 대한 지배권을 점진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핵심 요소이다. 사람들은 서서히 지폐에 익숙해졌고 1971년에 달러의 가치가 금 35분의 1온스로 책정되는 금본위제마저 폐기되었다.

현대 순수한 지폐 시스템 속에선 이론적으로 통화량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뱅크런 상태가 발생해도 금 보유고가 제한적이라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돈을 찍어 내는 은행의 특권

독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이 돈을 인쇄해 자산을 구매하는 일이 허용되는가? 그렇지 않지만 발권은행은 가능하다. 개인이 컴퓨터로 돈을 만들어 다른 사람의 계좌에 입금하고 이자를 받는 일이 허용되는가? 발권은행은 가능하다. 어째서 발권은행은 그렇게 해도 되고 개인은 안되는가? 이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정의로운 사회가 이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삼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부분은 누구도 이런 사실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 시스템은 돈을 어떻게 만들까?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돈이 오로지 발권은행에서만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통화량 증가는 은행들 자체적으로 일어난다. 부분지급준비금 제도에 의해 가능하다. 은행은 최소 준비금만 확보하고 있으면 돈을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주는것이 허용된다. 그 금액은 고작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한국은행은 25년 기준 7%)

현금 1만 유로를 가지고 있으면 은행은 그 중 9900 유로를 타인에게 대출해 줄 수 있다. 지금의 은행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A와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은행이 당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1만 유로 중 7,000 유로를 이웃에게 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계좌에는 여전히 1만유로가 들어있고 이웃의 계좌에도 7,000유로가 들어있다. 당신은 의문이 들것이다. 이 7,000유로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무에서 생겨났다.

무에서 생겨난 7,000유로

#화폐 시스템이라는 창조경제

위의 사례에서 준비금 비율을 높게 책정했다. 1만 유로 중 7,000유로밖에 안되고 따라서 준비금 비율은 30퍼센트이다. 유로 존에서 통용되는 1퍼센트에 불과한 최소 준비금을 이 사례에 적용하면 1만 유로에서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아래처럼 수렴급수가 적용된다.

10,000 -> 9,900 -> 9,801 -> 9,702 -> ...

극단적인 경우엔 1만유로가 100만 유로로 늘어날 수 있다.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강제적인 화폐 시스템은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민에 대한 최대 사기극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 당신의 계좌 잔고가 두 배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역시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의 재산을 탈취하고 횡령하는 방법으로 기만하고 있다.

이런 일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전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어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다. 자동차 회사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이런 현실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의 금융 시스템과 화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다음 날이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는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